스펙터 007에 최초로 내장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는 VS공장의 코액시얼 8500슈퍼클론 무브먼트를 장착한 아쿠아테라 청색 다이얼입니다.
사진으로 보면 평이하게 생겼지요.
그러나 때론 이 평이함이 무기가 됩니다. 금색이나 통통 튀는 파스텔톤 파란색, 혹은 녹색등 누가 봐도 한번에 눈에 들어오는 컬러에 부담감이 있을 수 밖에 없는 분들께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색상입니다. 렙질 생활하며 눈팅을 해보면 여러 중고장터에 금통시계들이 나오는데, 대개 그 이유가 바로 차고 다니기 부담스러워서, 나이 들어 보여서...지요. 즉, 예뻐서 샀는데 정작 찰 수는 없는 시계가 수두룩합니다. 시계란 본질적으로 차고 다녀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튀지 않는 평범함은 독이지만, 동시에 축복이기도 합니다.
보다시피 이 물건은 평이하게 잘 눈에 안 들어오지만, 또 직접 보면 싸구려 파랑색은 아닌 깊이 있는 청색입니다. 색상이 파텍필립 노틸러스 블루 다이얼 버전을 연상케 하는데, 참 차분하고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멀찍이 보면 시티즌 에코드라이브하고도 착각할 정도인데, 가까이 보면 영락없는 오메가에 잘 자감처리된 케이스며 브슬이며 반짝반짝 깔끔하게 빛납니다.
평이하고, 튀지 않지만, 보면 고급스럽고 차분하고 그러면서도 우아함이 보입니다.
그러니 롤렉스 같은 대표적인 럭셔리 와치를 차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대학생들 즐겨찾는 브랜드 차기는 그렇고 그런 분들이 평소에 뽐내지 않는 그러면서도 실속은 다 차릴 수 있는 데일리 와치로는 이 물건이 와따라고 생각합니다. 예쁘고, 확 튀는 시계는 많지만 직장인이 은근한 멋을 뽐내며 찰 수 있는 타임피스 요건을 갖춘 물건은 흔하지가 않거든요.
인덱스와 핸즈는 깔끔하게 마무리되었지만, 별다른 공정이 들어가지 않은 스틸 그대로인데, 광원에 따라 이 스틸 인덱스와 다이얼의 오메가 문양이 오색으로 빛납니다. 평이한 가운데 감상 포인트를 놓치지 않은 오메가의 디자인인데, VS공장이 그걸 놓치지 않고 캡쳐를 잘 해주었습니다. 물론 그 오색으로 빛나는 오묘한 모습은 사진으로 찍는게 거의 불가능이라 슬픈 일입니다. 또 젠과 싱크가 극도로 높은데, 뒷판까지도 슈클무브다보니 뜯어서 한참 살피지 않으면 진가품 판별하기가 골 아픈 그런 슈퍼클론 범주에 들어가는 시계라 할 수 있지요.
거기에 일단은 슈퍼루미노바 야광도료가 발라져 있는데, 전 큰 기대를 안 했습니다. 야광도료 처리 부분이 워낙 작아서 핀포인트식으로 살짝살짝 보이는 정도라 의미가 없겠거니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생각보다 밝습니다.
야간에도 어두운 곳에서 슬쩍슬쩍 발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축광속도가 더뎌서 그렇지 일단 축광이 되고나선 꾸준히 밝은 모습을 보여주며, 이러한 발광시간이 상당히 오래 갑니다. 밝기 손실 크게 없이 말이죠. 대개 야광샷 찍을때 핸드폰 플래쉬로 축광을 먹이기 마련이고, 저도 그렇게 했는데, 이 녀석은 축광에 빠른 발광이 상당히 오래갑니다. 편의점에서 12시 20분경, 야식을 사서 돌아오며 한방 찍고, 야식 다 소화시키고 3시쯤에 잘때까지 발광하고 있더랬습니다. 상당히 바람직한 성능이지요.
다만 단점이라면, 일전의 라이더컵 에디션 아쿠아테라에서도 썼듯이 똑같이 브슬이 마감은 좋은데, 깡통이라는 건 동일하네요.
무게중심이 틀어지다보니 착용감이란 면에선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는데, 그럼에도 외모가 워낙 싱크가 좋다보니 이 모든 게 용서 됩니다.
깔끔한 인상에 튀지 않은 고급스러움을 얻고 싶다면 이만한 타임피스는 없지 싶습니다. 직장인의 데일리와치로 가장 잘 어울리는 아쿠아테라 청판.
양품 골라 정성껏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 대장님께 감사 인사 하며 이만 후기를 줄여봅니다.
그런데 브슬의 모든 부분이 깡통인가요?